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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디자이너: 이렇게 일하는 게 맞나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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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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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은 무조건 1년 채워야 된다?

[D]: 신입은 무조건 1년 채워야 된다는 말에 어떻게 생각해?
[A]: 1년? 거지 같은 회사라도?
[D]: 선배들이 해줬던 얘기가, ‘1년은 채워야 경력으로 인정이 돼’였어. 원래는 3년 채워야 되는 건데 요즘은 하도 빨리 그만두니까….
[B]: 1년…. 흠,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8개월 차다 하면 1년 채울 것 같아. 왜냐하면 퇴직금이 나오잖아. 3개월 다녔는데 손절각이다 하면 그만두고.
[C]: 나가겠다는 고민을 언제 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아.
[B]: 그런데 솔직히 3개월 만에 그만두고 싶은 회사는 1년 다녀도 답이 없지 않을까? 오히려 더 가스라이팅 당하기 전에 빨리 나오는 게 답인 것 같아.
[C]: 고민의 무게에 따라 다르기도 한 것 같아. 좀 더 다녀보면 해소가 되거나, 객관적으로 정리될 수 있을 고민이라면 계속 다니면서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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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명예, 재미

[B]: 일을 할 때 ‘돈, 명예,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 얘기 들어봤지?.
[A]: 그게 뭐야?
[B]: 학교 다닐 때 선배들이 자주 했던 말인데, ‘돈을 많이 주든가, 명예롭든가, 재미있든가. 하나가 완전히 충족되는 회사도 흔하지 않고, 두 개 이상 충족되면 좋은 거고, 세 개가 충족되면 평생 다녀라.’ 하는 거. 하나도 없으면 나오는 게 답인 것 같고, 난 지금 있는 에이전시는 셋 다 평균 이상? 정도야.
[C]: 나도 비슷해! 70% 정도.
[D]: 나도 늘 70~85% 정도 왔다 갔다 해.
[B]: 솔직히 그냥 이 상태로도 계속 다닐 수 있는데…. 돈도 더 많이 벌고 더 명예롭고 싶은 거지.
“ 돈도 더 많이 벌고 더 명예롭고 싶어 ”
[A]: 명예…. 참 어렵다. 지금은 더 있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입사했을 때는 여기 1년도 못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거든.
[B]: 어떤 면에서?
[A]: 명예롭지 못한 곳에서 일하는 느낌이라서. 회사가 크니까 눈동자 없이 일하고, 티비 보는 월급 루팡들이 더 많은 거야. 심지어 풀스크린으로 드라마도 봐. 돈은 엄청 많이 받겠지. 아무도 터치 안 하니까. 그래서 ‘아 진짜 썩었구나. 내가 이런 사람들이랑 일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
[B]: 계속 다니게 하는 장점은 뭐야?
[A]: 지금 다니는 곳은 인하우스니까 에이전시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에이전시에 있을 때는 상품이 실제로 출시되는 것과 브랜드가 런칭되는 것을 보기 어려웠어. 홀딩되는 것도 너무 많았고. 지금은 포스터를 제작하면 내일 당장 매장에 뽑아 붙일 수 있어서 재밌더라고. 시간과 예산이 넉넉하니까 진행도 수월하고. 무엇보다 워라밸과 돈...! 한번 경험하면 벗어나기가 힘들더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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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진 경계에서

[D]: 옛날에는 규모도 크고 체계가 잘 잡힌 곳에서 커리어와 실력을 착착 쌓아가고 싶었어. 그런데 업계에 들어와 보니까 그런 환경을 만나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인 거야. 디자인에만 집중하기 힘든 상태에서 경계 없이 일할 때가 종종 생겨. 예를 들어 편집자가 없는 책을 디자인한다든가, 저자와 직접 소통한다든가. 내 일이 아닌 일을 한다는 생각에 괴로워. 물론 재미있는 순간들도 분명 있긴 해. 하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경계가 흐려진 상태에서 나는 어떻게 디자이너로 잘 성장할 수 있을까? 너희는 어때?
[C]: 디자이너로 일하는 나와 팀원으로 일하는 나 사이의 정체성이 흐려질 때가 많은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는 시각적인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고 브랜딩을 하는 게 맞아. 그런데 이런 생각 할 여유도 없이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하게 하자’가 우선이 되니까 그에 따라서 업무가 설정돼. 그래서 막상 애정을 쏟고 싶은 일에는 시간을 내기가 좀 어려워.
[D]: 구체적으로 어떤 일?
[C]: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콘텐츠나 메시지를 테마로 한 굿즈를 주기적으로 만드는 건데, 이번에 그 일이 밀렸어. 뭘 하다가 밀렸는지 짚어보니까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내 일인지는 모르겠는’ 일들이 많더라고. 예를 들어 홍보 업무를 맡게 되면 그냥 카드뉴스만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숏링크도 만들고, 여러 채널에 맞게 업로드하는 것까지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거야. 그런 일은 여러 팀원이 나눠 맡아도 시간이 꽤 많이 드는 건데….
[B]: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구나….
[A]: 맞아. 나도 혼자 있으니까 온갖 일을 해. 직원 명찰, 유니폼 주문부터 매장에 필요한 집기, 심지어 택배 박스도 주문한다니까? 매장 관련된 온갖 것들을 디자이너가 다 맡는 거야.
“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내 일인지는 모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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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를 만들었던 경험

 
[D]: 너희 홍보물 디자인할 때 카피 제대로 받고 일해? 나는 카피 컨셉이 흔들리거나 양이 넘치면 엄청 정색하면서 제대로 다시 정리해달라고 요청하거든. 그런데 얼마 전에 들은 얘기인데 디자이너가 직접 카피를 쓰는 경우가 있다는 거야(충격) 혹시 너희는 어떻게 일해?
[C]: 나는 내가 담당한 거, 예를 들어 굿즈 카드뉴스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내가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일해. 다른 카드뉴스는 노션(협업툴)에 담당자가 문안을 작성하면 맞춤법이랑 비문을 서로 체크해. 내가 맞춤법을 잘 보거든.
[B]: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랑 일하면 가끔 ‘이렇게 배운 사람이 이따위로 밖에 일을 못 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상태가 너무 심각해도 그들에게 왜 이렇게 줬느냐고 따질 수 없으니까 ‘이 부분에 내용이 많이 부족합니다. 몇 페이지에 원고를 추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요청하지. 그러다가 진짜 안될 것 같으면 그때는 대표님한테 말해서 쇼부를 봐달라고 해. 비문이나 띄어쓰기 체크는 나한테 떠넘긴다고는 생각 안 하고 더블 체크한다는 마음으로 봐.
“ 디자이너의 일은 어디까지일까? ”
[A]: 카피 쓰는 디자이너 그거 난데? 이직하고 제일 충격받았던 게 카피도 직접 써야 했던 거. 기획자가 어떤 내용인지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고 알아서 하라는 거야. 아니 날짜도 안 알려줘. 물어보면 그때서야 ‘음 5월 10일? 아 아니다, 14일 14일.’ 이런 식이야. 문서화시켜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말로 하거나 대충 휘갈겨 써서 주는 거야. 자기가 쓴 글씨 자기도 몰라. 도대체 뭔가 싶어서 그때 있던 선배 디자이너한테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도 항상 그렇게 했었어요. [A]씨도 하면 돼요.’ 끝. 어느 날은 참다 참다 기획자한테 텍스트 파일로 달라고 했더니 ‘그걸 굳이 왜 텍스트 파일로 줘요, 그냥 말로 하면 되는데’ 이러는 거야. (아니 그냥 달라고! 제.발) 결국 몇 개월간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다 양식을 새로 만들어서 회의 시간에 제안했어. 한 장에는 당부의 말씀, 다른 한 장에는 예시. 물론 그들도 해왔던 것들이 있을 거고 나도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 근데 어쨌든 회사도 날 마음에 들어서 채용했으면 서로 맞춰나가야 하고, 무엇보다 비효율적이고 맞지 않은 방법을 계속 고수할 필요는 없잖아?
[B]: 글씨라도 잘 쓰던지. 도대체 그 경력이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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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D]: 같은 주니어인데도 고민이 다양한 것 같아.
[A]: 다양한데도
[A, B, C, D]: 비슷해.
[A]: 지금 우리가 고민을 제일 많이 하는 시기잖아. 한회사에 있다가 별로면 바로 다른 곳으로 옮기는, 평생직장이란 게 없는 세대잖아. 그래서 기성세대가 안 좋게 보기도 하는데, 그렇게만 볼 게 아닌 것 같아. 사실 우리는 불안감 때문에 현실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잖아. ‘다음엔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더 나아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지.’ 다음 스텝을 더 자주자주 고민하지.
[D]: 맞아 맞아. 계속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일하다 보면 답을 찾게 되지 않을까? 
아직 하고 싶은 말들이 한참 남았지만, 계속 이야기하다가는 밤을 새울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여전히 답은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 왔듯 우린 잘 해내겠지. 내일 출근도 화이팅! 안녕-
기획/편집 
김현중 북디자이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FDSC 편집부에서 활동 중이다.
노윤재 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한다. FDSC 편집부에서 활동 중이다.
책임편집. 최지영
편집. 김나영, 이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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