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해도 망하지 않는다
“와 자기 집을 지었대! 부럽다!”
문영님이 FDSC 슬랙에 남긴 자기소개를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경기 가평에 집을 지었고, 계피와 치토라는 반려견과 함께 사는 단독 주택의 생활.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며 자기 삶을 건축해 내는 어른의 모습이랄까. 그러다가 깨닫는다. ‘아차차- 나는 또 신화 서사를 만들어내는구나. 몇백 번은 만나야 이 사람의 선택을, 생각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종종 올라오는 문영님의 가평 생활에 많은 회원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건지 이번 스튜디오 어택은 문영님의 타이니타이탄이었다. ‘오 드디어 작은 거인을 만나게 되는구나!’. 서울에서 상봉으로, 상봉에서 가평으로... 역에서 내려 녹음이 가득한 산과 언덕, 강가를 지나 1차선 도로를 통해 작은 거인의 집에 들어섰다.
현관을 열기도 전에 우리를 반겨준 건, 사람도 아닌 옆집 강아지들. ‘담벼락이 무슨 소용인지~’같은 움직임으로 작은 거인들이 곳곳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창문은 많이 없고 높은 담과 회색 콘크리트의 건물이었지만, 천장에서 빛이 들어오고 2층이라는 면적이 거의 없는 높은 층고의 집이었다. 아니, 스튜디오인가? 거기에서 문영님의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자유롭게 정원을 드나드는 옆집 강아지들
반려견과 자신의 생활에 맞는 집+스튜디오
타이니타이탄은 코로나19 확산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그래픽/편집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이다. 출판·영화·공연·공예·제품·NGO·F&B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디자이너로서의 첫 시작은 다국적 아티스트들이 모여 활동하는 스튜디오였고 이후 그림책 등을 만드는 출판사, 멀티플렉스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를 지나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나열해 놓고 보면 비슷한 산업군은 아닐 수 있지만 문영님이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보이기도 했다. 기존 체제에 질문을 던지거나, 체제를 비틀거나, 체제 밖의 시선을 가진 꿘의 태도랄까.
이러한 경험 속에서 지금의 반려견 계피를 만났고, 비인간 동물에 대한 관심이 넓어져 봉사활동까지 이어졌다. 이때 만난 사람들과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만들고 브랜딩 작업도 맡았다. 치토는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였다. 동물구조 활동과 함께 비건인이 되었고, 동물성 상품의 홍보를 위한 디자인은 거절하지만 비건 메뉴를 도입한다는 조건으로 작업한 식당 간판 작업도 있었다.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은 제작물을 만들 때 환경을 해치는 요인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해 봤을 테다. 본인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활동들을 마주할 때 괴리에 대한 컨트롤은 언제나 필요하다며 인간다운(?) 말도 전해주셨다. 시간이 흐르며 문영님의 디자인이 실천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경험과 작업 과정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지만, 재차 드는 질문은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어떻게 이주를 결정했는지?’였다. 반려견과 서울에서 사는 것을 힘들게 만든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서울 밖의 생활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하셨다. 2년 정도 거주한 경기 양평에서 본인과 반려견을 위한 조건을 충분히 획득한 것 같았다. ‘실험’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거칠었던 상황 대처도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자신을 ‘당장에 행복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양평에서 지내며 반려견들이 자연과 가까운 환경 덕분에 행복해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경사로가 있는 집을 직접 짓겠다며 또 한 번의 이주를 하는 거인들.
반려견 ‘계피’
반려견 ‘치토’
‘위액트’와의 작업물
현재 타이니타이탄은 경기 가평에 있다. 지역 생활 및 이주와 더불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로컬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 새로운 부캐 스튜디오를 만들어 가평에서의 일을 구축해 나가는 중이었다. 부캐 스튜디오의 협업 제안서를 보여주셨는데 인프라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인프라를 짓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웃으며 말했지만, 어마어마한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 생존과 제대로 된 사업으로서의 디자인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우연히 일어난 사건과 약속된 일들 속에서 피하지 않고 자신을 놓아보며 마주하는 사람.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망하지 않는 확신을 배워나가는 사람. 디자인보다 사람과 생활이 궁금했던 시간이었지만 모든 게 연결되어 다시 디자인이 보이고 디자인이 작동됨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언젠가는 ‘생추어리’를 짓고 싶다는 문영님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치토는 편하게 잠을 자고 계피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작은 거인들의 생추어리. 그때를 위한 실험으로의 집으로 다시 보였다.
문영님의 집과 생활, 디자인 이야기를 듣고 아주 처음 부럽다고 느낀 나의 마음을 다시 돌아봤다. 나는 무엇을 부러워한걸까?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나의 ‘계피와 치토’는 무엇일까? 나의 부러움은 어마어마한 빚을 지는 용기 자체였던 것 같다(영끌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주를 하고 강아지를 위해 집을 짓는다는 건,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다양한 상황을 견디고 마주해보겠다는 뜻이니까. 그 결심이 부러웠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볼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거인의 집을 나와 시간이 조금 흐르고 실험과도 같았던 프리랜서 생활 끝에 나도 1인 사업자를 만들었다. 나를 닮은 디자인을 해보려는 지금, 추구하는 디자인을 정의하는 것보다 추구하는 생활과 원칙을 정리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단서를 더 많이 얻는다. 그 단서를 이어 나도 나만의 생추어리를 갖게 되길 바라본다.
김수영
관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한 원칙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프리랜서 디자이너에서 ‘레이어링 스튜디오’로 사업자를 시작했다. 함께 쌓아가는 디자인, 다양한 파장이 모여 하나의 빛으로 발현되길 바라며 이름을 지었다. 특별한 디자인보다 사람들의 삶과 생활을 이해하는 디자인을 시도한다. 브랜딩, 그래픽, 웹디자인이 주 분야이다. FDSC 상생활동가도 겸하고 있다.
@sooyoung.khim | @layering.stud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