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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안나 패터니스튜디오’ 스튜디오어택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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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SC ARTICLE
주제
‘맞아요! 그것도 패턴이에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번 어택에서 제일 많은 들은 문장 중 하나였다. 보통의 강연이나 정보 공유 형태의 모임에서 가끔 강연자가 청중보다도 더 눈을 반짝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요안나님의 스튜디오 어택은 그런 경험에 가까웠다. 열정은 전염성이 있다. 확실히.
이번 스튜디오 어택은 비가 오는 토요일 성수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렸다. 스튜디오 어택은 FDSC에서 주최하는 정기모임 중 하나로,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작업물들을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작업실이 없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FDSC의 사무실이 마련된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궂은 날씨와 애매한 시간에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먼 곳까지 발걸음 한 까닭은 신청자 29명, 무려 3:1의 경쟁률을 만들어낸 ‘오리자.종이.만들자.패턴’ 소모임의 모임장 이요안나님의 스튜디오 어택이었기 때문이다. 소모임 신청 게시글에 달린, 선착순에 밀린 댓글들의 ‘ㅠ’ 개수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단숨에 차분했던 fdsc 소모임 생태계의 교란종이 되어버린 화제의 인물이셨으니 소모임의 못 간 한을 스튜디오 어택으로라도 풀었어야 했다.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디자이너들이 옹기종기 모여 요안나님이 패브릭에 인쇄해온 패턴 샘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뭐에요?’ ‘우와! 이걸 RGB로 인쇄하셨다고요?’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인트로같았다.
스튜디오 어택을 듣기 전까지는 ‘패턴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어렴풋이 주워섬겼던 텍스타일 개념이라던가, 여러 심볼이 하나의 패턴으로 조화롭게 펼쳐지는 규칙이라거나, 그 규칙들의 이름 같은 것들도 다 처음듣는 내용이었다.
패턴을 만들때는 패턴의 기준이 되는 하나의 리핏을 완성하고 완성본을 여러 방식으로 반복해 어떤 방향으로 시선을 흐르게 할 지 결정한다. 수평 수직으로 반복시키면 ‘스퀘어리핏’이 되고, 타일을 짜맞추는 것처럼 엇갈려 배치하면 ‘하프 드롭 리핏’이 되는 식이었다. 평소에 은행잎 모양이라고 생각했던 물고기 비늘 모양의 규칙이 반복되는 패턴의 이름은 ‘스케일패턴’이었고 스케일패턴으로 전개되는 그래픽들은 마치 물결모양처럼 시선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스케일 패턴
적용된 패키지 (출처:요안나님인스타그램 캡쳐)
스퀘어리핏
하프드롭리핏
우리가 일상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패턴의 규칙과 그 규칙을 생성하는 법칙, 패턴을 알고 나니 만들어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도 같은 그래픽들, 쉼없이 빠르고 경쾌한 어투로 말씀하시는 요안나님의 얼굴이 점점 상기되는 걸 현장의 모두가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다양하고 화려한 패턴이 펼쳐지는 화면 속에서 요안나님의 패턴을 향한 열정과 욕심이 전달되었다. 나도 작업을 할 때 저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재밌다고 느끼면서 디자인을 하고 있나? 작은 질투가 느껴지기도 했다. 강연 사이사이에 궁금한 점이 많이 떠올랐고 우리들이 번개처럼 질문들을 던져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좋다며 웃으며 대답해주시는 요안나님에게는 진짜 ‘전문가’의 냄새가 풀풀 났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네트워킹 시간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처음 뵙는 분들도 많았지만 역시나 디자이너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 사이로 무엇을 만들 때 반짝이는 열망들이 공통으로 깃들어 있었다. 작업할 때 패턴이 필요했는데 정보가 없어 수동으로 하나하나 그렸던 기억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영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지난 스튜디오 어택에서 네트워킹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는 피드백을 반영하셨다는 준비팀의 결정이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요안나님의 라이브 패턴쇼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직접 쉽게 패턴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해주시고 심지어 꿀팁들을 알려주셔서 꼭 실무에 적용해보아야지- 하는 다짐도 들었다.
사수가 없는 인하우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회사에서 처음 마주한 영역의 디자인에 도전할 때마다 종종 갈피를 잃곤 했다. 맡은 영역에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큰데, 왜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란 이름 아래 너무도 많은 영역을 커버해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할 때도 많았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할지 모르는 상태로 머리부터 부딪히며 경험을 쌓아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도 강의나 영상 자료로 만들어진 정보 공유성 콘텐츠들을 자주 기웃거리지만 양질의 정보들은 초년생이었던 내게 부담이 되는 금액으로 책정되어있거나, 정확히 ‘어떤’ 정보가 공유되는지 모른채로 광고하는 것처럼 다가와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사회는 점점 개인화 되는데, 나서서 나의 무기가 될지도 모르는 노하우들을 거리낌없이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적어지는게 당연했다. 매번 너무도 쉽게 크리틱을 받는 상황에 놓이는 디자이너들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평론가가 되어 본인이 갇힌 새장의 자물쇠를 공고히 하는 일들이 잦은데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양질의 정보를 공유하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인 스튜디오 어택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매 연사님들의 넓은 바다와도 같은 베풂이 항상 정보에 목마른 디자이너에게 한줄기 빛과 소금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나누는 즐거움이 배우는 즐거움만큼이나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스튜디오 어택, 끝없이 이어지기를!
채서린 서울에서 인하우스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며 여성 디자이너로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과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는 마음 사이에서 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며 산다. 첫 취업 후 디자인FM을 통해 FDSC에 들어온 후 페미니스트 디자이너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cotjf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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