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가 사랑하는 식물들

카테고리
FDSC ARTICLE
주제
멈춤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어떨 때는 초집중 상태가 괴로워 마침표를 끊고 가고 싶다. 그럴 때 커피를 내려도 좋고 컵 설거지를 해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식물을 돌보는 일이다. 모니터에 지친 눈이 정화되는 느낌도 좋고 아끼는 무언가를 돌보는 행동 자체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FDSC의 다른 회원님들은 어떤 식물들을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FDSC 회원 6명과 나를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식물' 혹은 '디자이너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식물'을 물었다. 사랑 가득한 답변들이 돌아왔고, 그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한다.

① 몬스테라 아단소니 by. 김헵시바

아단소니의 매력

몬스테라 아단소니는 저에게 식물 키우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첫 식물이에요. 세찬 빗물을 견디기 위해 생겼다는 잎의 영리한 구멍들이 귀여운 매력 포인트예요. 또 엄청 빠른 속도로 새잎을 내줘서 기특하답니다. 덩굴식물이라서 지지대로 올려 키울지, 늘어뜨려 키울지 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에요. 공중 뿌리가 마디마다 생겨서 최근에는 물꽂이 번식에 성공했어요! 번식시킨 작은 화분은 친구에게 선물할 예정이에요.
건강한 아단소니를 위한 팁 • 공중분무를 자주 해주면 더 싱그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요.

② 필로덴드론 셀로움 by. 위예진

셀로움의 매력

잎이 크고 화려해요. 종에 따라 하얀 무늬가 있는 것도 있어요. 그리고 오래 키우면 목대가 멋있어져요. 키우다 보면 공중 뿌리가 나기도 하는데, 취향에 따라 잘라내도 되고 길러도 됩니다.
성장도 굉장히 빠른데요, 여름에 이중창 앞에 두면 매일매일 잎이 자라요! 또 생명력과 실내 적응력이 좋습니다. 들여다봐도 방치해도, 그늘에서도 햇빛에서도, 말려도 적셔도, 웬만하면 안 죽는 거 같아요. 5년 정도 키웠는데 벌레도 안 붙어요!
건강한 셀로움을 위한 팁 • 습도가 높은 걸 좋아하니 겨울에는 매일 분무해 주세요. 분무를 안 해도 죽지는 않는데 잎이 갈라집니다. 겨울에는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물 주는 횟수를 줄여주세요. 저는 하절기 창가에서 주 1회, 동절기엔 창가보다 약간 안쪽으로 들여와서 2주에 1회 줍니다. 뿌리 성장이 엄청 빠르기 때문에 2년에 한 번 분갈이 때 뿌리 손질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수액에 독이 있으니 가지치기 후에는 꼭 손을 씻고, 반려동물 있는 집은 조심하세요.

③ 금전수 by. 백승주

양옆의 하트 이미지는 금전수가 아닌 나비란(좌)과 파(우). 백승주 회원님이 뽐내기용이라며 보내주었다.

금전수의 매력

금전수는 잎의 모양이 동전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으로 돈나무라고도 불려요. 그래서 연복(aka 연금복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답니다. 현대인의 불로소득에 대한 염원이 담긴 아이죠.
금전수는 키우기가 정말 쉬워요. 제가 선인장*(제임스-혜지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아이였는데…)*도 말라 죽일 정도로 식물 키우기에 젬병인데, 연복이는 절 주인으로 둔 악조건 속에서도 벌써 새싹을 여러 잎 틔웠습니다.
식물을 키우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면 금전수로 시작해보세요! 크게 신경을 써주지 않아도 알아서 쑥쑥 자란답니다. 잎도 무척 푸르러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건강한 금전수를 위한 팁 • 가끔 잎에 앉은 먼지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 줍니다. 먼지가 앉으면 광합성 작용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 물을 직접적으로 뿌리면 잎이 상할 수도 있어 조심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④ 마란타 레오코네우라 by. 김을지로

마란타의 매력

무엇보다 잘 자라요. 마란타는 제가 자취를 시작하면서 키웠던 첫 번째 식물입니다. 아직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부피가 세 배 이상 커졌고, 봄에는 매일같이 작고 예쁜 꽃도 보여줬어요. 사이즈가 커지면서 지금은 명당자리를 다른 친구들에게 넘겨주었는데도 환경을 타지 않고 여전히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식물을 좀 키울 줄 아나? 하고 다른 친구들을 더 들이게 되었어요!
건강한 마란타를 위한 팁 • 분무기를 통해 공중 습도를 높여주세요. 김을지로 회원님의 식물 생활 팁 계절의 감각을 곤두세우기. 흙이 마르고 젖는 것과 별개로 바람과 공중 습도를 이해하는 것이 식물 생활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을은 건조해서 평소보다 물주는 패턴이 타이트 해지겠구나’, ‘습한 여름은 통풍에 주의하고 과습을 신경 써야겠구나’ 하는 등이 그런 것들이지요. 그리고 식물배치를 종종 바꿔보면 식물의 위치와 그에 상응하는 주변환경의 관계를 발견하는 것이 또 다른 재미예요. 예전만큼 눈길이 가지 않는 친구의 자리를 옮기면 다시 예뻐 보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애정을 무한대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들이 보다 즐겁고 오래 식물 생활 할 수 있는 팁이 아닐까 싶어요. 김을지로 회원님의 식물들을 더 보고 싶다면

⑤ 테이블 야자&관음죽 by. 박진현

테이블 야자&관음죽의 매력

테이블야자와 관음죽은 실내등에서도 잘 자라고, 물주기도 쉽고, 분갈이도 자주 할 필요가 없는 아주 무던하고 쉬운 타입이라 초보자들도 키우기 좋아요. 또 두 식물 모두 실내 공기정화 능력도 있다는 점에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 디자이너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테이블야자를 위한 팁 • 과습을 조심해서 약간 건조하게 키워주세요. • 추위는 피해주시는 게 좋아요. 건강한 관음죽을 위한 팁 •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봄~가을에는 물을 주 1~2회 듬뿍 주시고 겨울에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물 주는 주기를 늘려주세요.

⑥ 유칼립투스 by. 박진현

유칼립투스의 매력

유칼립투스는 오래전에 한 번 죽인 전적이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식물입니다. 벌레 때문에 가지치기를 하던 중에 가지를 잘못 잘라서 줄기 중앙이 비어 있는 게 볼 때마다 신경 쓰이지만, ‘부디 잘 자라만 다오’라는 마음으로 키우고 있어요. 저의 물 주기 스킬을 한층 끌어올려 준 고마운 존재기도 합니다.
건강한 유칼립투스를 위한 팁 • 햇빛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에서 키워주세요. • 유칼립투스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하지만 뿌리 과습에는 취약하니 물을 준 후에 충분한 환기를 해주세요.

⑦ 아랄리아 by. 김정현

아랄리아의 매력

아랄리아는 사실 고양이에게 무해하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꽤 오래 길렀던 알로카시아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요. 아랄리아는 다른 식물들과 비교했을 때 잎이 검붉은 편인데다, 가늘면서도 톱날처럼 생겼어요. 거기다 야자처럼 잎을 뻗고요. 기존에 기르던 식물들과 유달리 다르게 생겨서 밸런스를 맞춘다고 해야 하나?
질감이 있는데 시원시원하게 생겼거든요. 예뻐서 추천입니다. 게다가 따뜻해야 하고, 적당히 해도 들어야 하고, 공중 습도도 중요해서 이 친구한테 맞춰 작업환경을 맞추면 디자이너에게도 더 좋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건강한 아랄리아를 위한 팁 • 주변 습도가 낮으면 잎을 떨굴 수 있어요. 분무기나 가습기를 통해 공기를 촉촉하게 해주세요. • 아랄리아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하지만 뿌리 과습에는 취약하니 물을 준 후에 충분한 환기를 해주세요.

⑧ 무화과 롱 드 보르도 by. 김정현

롱 드 보르도의 매력

롱 드 보르도(rdb)는 무화과 기르는 동호회에서 구해서 기르기 시작했어요. 기른 지 묘목부터 3~4년쯤 되었는데, 아직도 열매를 보지 못했어요. 원래 열매를 늦게 맺는다고는 하더라고요. 무화과는 무화과인데 딸기 맛이 난다는 이유로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손바닥 모양의 잎이며 가지를 뻗는 수형(y자)이 예뻐서, 가장 아끼고 있습니다.
잎이 무성하게 올라오는 때에는 무화과나무 특유의 냄새가 나요. 방에 들어설 때마다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록수가 아닌 탓에, 여름 에어컨 바람에 자체 겨울을 맞이하면서 낙엽 질 때마다 죽을까 봐 불안하지만 올해도 잘 버텨주었습니다. 언젠가 열매 맛 리뷰를 공유하고 싶어요.
건강한 롱 드 보르도를 위한 팁 • 화분은 깊은 것보다 넓은 화분이 좋아요. • 무화과는 마니아층이 뚜렷한 식물이니, 무화과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얻는 것도 좋아요. 김정현 회원님의 식물 생활 팁 • 방의 환경이랑 식물들이랑 잘 맞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저희 집에서는 약간 건조한 습도와 환기가 필요한 아이들이 잘 살아남는 것 같아요. 약간 습하게 길러야 하는 박쥐란이나 고사리류 혹은 강한 일조량이 필요한 남천, 라일락은 다 운명하셨거든요. • 제 방은 사실 해가 잘 들지 않는 편이라 주광색 식물 생장등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데요. 타이머 콘센트를 같이 사용하면 해 뜨는 시간동안 조명을 틀어 둘 수 있어요. 이 타이머 생장등의 부차적인 장점은 마치 어둑한 방에 아침 해 뜬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약간 조명 알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겨울에는 꽤 유용해요. (물론 이것을 사용해도 직사광선이 필요한 친구들도 있어요.)

⑨ 피쉬본 선인장 by. 오새날

피쉬본의 매력

디자이너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물이에요. 아무래도 반려식물이니 이름도 붙여줬어요. 바로 본새입니다. 본새나는 형태를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지난 봄, 망원역의 마덜스가든에 들렀는데 올록볼록 둥근 모양이 미역을 닮은 한 줄기의 선인장이 홀로 꼿꼿하게 서서 있길래 데리고 왔습니다. 그 옆에는 길고 풍성하게 성장한 피쉬본 선인장 화분도 있었거든요? 문득 이 한 줄기를 저렇게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화분 갈이를 해서 들여왔습니다.
피쉬본 선인장은 형태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물고기 뼈라는 의미로 피쉬본이지만 어떤 물고기의 뼈가 대체 저런지 상상은 가지 않고, 제가 보기에는 미역을 닮았어요. 좌우로 둥근 형태의 잎이 비대칭적으로 엇갈려있는 모양이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날이 따뜻해진 어느 날부터는 선인장대의 아래 끄트머리에서 싹눈을 틔우더니 길게 뻗어 크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상하게 L자로 꺾여서 자라는 바람에 옆에 있는 다른 화분을 은근하게 건들고 있네요. 매일 들여다보며 또 어디에서 새로운 싹을 틔울지 관찰하는것이 재미있습니다.
건강한 피쉬본을 위한 팁 • 선인장치고는 물을 좀 먹는 편이에요. 선인장 잎이 살짝 쭈글해지면 물을 줍니다.

⑩ 실은쑥 by. 오새날

실은쑥의 매력

아끼는 친구에게 받은 아끼는 식물입니다! 얘는 이름은 은쑥이라… 은숙이에요.
친한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자기가 최근에 실은쑥 세 포트를 샀다며 아끼는 사람들에게 주겠다고 저에게 한 포트를 주었습니다. 만지면 비단처럼 촉촉하면서 보드랍고 은실처럼 빛나는 잎을 가진 풀입니다. 쑥의 냄새보다도 은은한 박하 냄새와 비슷하게도 느껴지는 식물입니다. 친구에게 선물 받아 막 집에 데려왔을 때는 마땅한 화분이 없어서 비닐포트에 담긴 채로 며칠 두었습니다. 그 무렵 소생이 불가능해 보이는 틸란드시아 시아네아가 있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하고 그 화분에 실은쑥을 옮겨 심었습니다.
옮겨 심고 며칠 뒤에 응애가 생겨서 거미줄 같은 것도 생기고 이파리가 죽어가길래 수선을 떨며 비눗물로 닦아주고, 통풍시키고, 자주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다시 살렸어요. 애지중지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응애는 없지만 위쪽은 싱싱하고 아래쪽 잎은 시들한 게 걱정되었는데, 생장점이 위에 있는 식물이라 그런 거라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매일 아침마다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 선물해준 친구의 집엔 복슬복슬한 푸들이 있는데 그 강아지와 닮은 식물 같아서 볼 때마다 흐뭇해요.
건강한 실은쑥을 위한 팁 •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이니 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놓아주세요. • 건조하고 시원한 온도를 좋아해요. 더위에 주의해주세요.
출처: 회원님들과의 인터뷰, 플립(링크)
김헵시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 11월, 닷페이스의 디자이너가 되었다. 동료 조소담의 입김으로 온라인퀴퍼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를 이끌고 디자인했다. 글 쓰는 재미는 친구 정성은의 글쓰기 수업에서 알게 되었다. 디자인에 관해 쓰는 게 잘난 척하는 것 같아 싫다고 생각했지만, FDSC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며 다른 방법을 상상하게 되었다. 현재는 자유와 배움을 찾아 대학교 21학번 생활을 하고 있다. @hepzzzzi @hepzi.works
책임편집. 김해인
편집. 김나영
FDSC에서 발행한 다양한 글이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