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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디자이너: 이렇게 일하는 게 맞나요? ①

카테고리
FDSC TALK
주제
‘사수가 많고 체계적인 회사를 5년 정도 다니다가 스튜디오를 차리면, 월 600 정도는 벌면서 집도 살 수 있겠지?’ 업계에 들어오기 전, 사람인 공고를 찾아보며 미래를 상상해보곤 했다.
그.런.데.
왜 야근 없이는 프로젝트를 끝낼 수 없는 걸까, 앞서가던 선배들은 자꾸만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저 사람은 3년 넘게 일하고 난 고작 1년도 안 된 신입인데 왜 내가 더 잘 아는 것 같을까. 네 일 내 일 구별 없이 일하다 보니 정작 디자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쌓여가는 연차에 비해 내 실력은 잘 늘고 있는 걸까?
자도 자도 피곤한 일요일, 다양한 분야의 주니어 디자이너 4명이 모였다. 준비물은 마음속 가득 쌓인 썰.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이야기들.
우리 이렇게 일하는 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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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A]: 첫 경력은 브랜딩 에이전시에서 시작, 현재 인하우스 브랜드팀에 재직 중이다. 상품 디자인, 온/오프라인 브랜딩 등을 맡고 있다. 경력은 2년. [B]: 디자인 에이전시에 재직 중이다. 입사 초에는 사수가 있었지만, 현재는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업무 비중이 크다. 잡지, 단행본, 기타 편집물 등을 디자인한다. 회사에 들어간 지는 1년 반 정도. [C]: 소셜벤처기업에서 6개월 정도 일했고, 현재는 미디어 기업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포스터, 굿즈, 홍보물 등 영상 외의 것들을 만든다. 업계 경력은 2년 반 정도. [D]: 인하우스 북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단행본과 홍보물, 굿즈 등을 디자인한다. 경력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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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디자이너의 고민

[D]: 다들 고민이 뭐야?
[A]: 성장이 느려진 거? 나는 에이전시에 있다가 인하우스로 간 케이스인데, 에이전시에는 디자이너들이 많다 보니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어. 물론 야근은 힘들었지만. 그런데 지금은 회사에디자이너가 나 한 명이라 얘기할 사람이 없어. 자꾸 다른 팀 직원한테 디자인 어떠냐고 물어보게 되고. 이 중요한 시기에 경험치를 더 쌓고 빠르게 성장해야 할 것 같은데 속도가 더딘 것 같아서 고민이야. ‘고생을 더 하더라도 에이전시로 다시 이직해? 아니면 워라밸이 있는 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개인작업을 해 봐?' 생각이 많아.
[D]: 내 고민도 비슷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복지가 좋은 편이야. 출근 시간 늦고, 상여금 나오고, 여기서 만드는 책도 좋고. 다 좋은데 디자이너가 나 포함 2명밖에 없어. 그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신입인데 사수 없는 디자이너로 일했고. 그래서인지 내가 제대로 알고 있나? 모르는 채로 연차만 쌓여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려울 때가 있어. 날 선 피드백과 이론에 목말라 있는 상태랄까? 이 분야가 좋지만, 너무 좁지 않은가 하는 고민도 있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가서,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야근도 하면서 나의 능력치를 빡세게 올리는 경험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
[C]: 팀에 나밖에 디자이너가 없는 거랑 팀이 작아서 어느샌가 내가 다른 업무도 하게 되는 거? 지금은 선 긋는 연습을 하려고 노력 중이야. ‘이건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라고. 팀에서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최대한 선을 그어달라고 하는데, 이게 서로 잘 안돼. 다들 바쁘니까 목적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역할 구분이 없어져.
[B]: 난 이 회사에 계속 남아있어도 될까 고민이야. 선배들이 자꾸 사라져(웃음). 3~4년이면 많이 다닌 거고 2년 차부터 이미 이직을 생각하고, 퇴사하고 가는 길도 다양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첫 회사로는 다시 선택하더라도 올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지금 회사가 100% 만족스럽고 평생 다니고 싶은 건 아니야. ‘젊을 때 좀 더 멋있고 존경할만한 선배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딱 ‘어디에 가고 싶다!’는 없어. 그걸 내년 상반기까지 찾아보는 게 목표야.
“주니어 디자이너가 혼자서 일해도 될까?” “계속해서 일할 수 있을까?”
[D]: [C]는 처음부터 2개월 일할 생각으로 들어갔다고?
[C]: 응. 원래는 단기 프로젝트 하나만 맡기로 했어. 그런데 계속 고치고 싶은 게 보이는 거야. 회사가 추구하는 색깔은 뚜렷한데 디자인이 그걸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었어. BI 가이드는 있지만, 프로젝트마다 다른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주니까 일관되게 이어지지 못하고, 만들어진 템플릿은 있지만, 자꾸 예외 상황이 추가되니까 지켜지기가 어렵고. 그래서 눌러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건 재밌어. 일정이 옥좨서 더 욕심을 못 내게 되는 건 아쉽지만. 혼자서 할 게 너무너무 많으니까.
[A]: 그렇지. 아무래도 혼자니까….
[C]: 그리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맡게 되는 여러 가지 일이 있잖아. 발주 넣는 것부터 카드 뉴스 작성하고, 자막 맞춤법 검사까지도…. 이것저것 자잘한 게 많아. 사람이 적어서 CS 업무도 일부 맡고 있어.
[B]: 디자이너가 혼자면 피드백은 누가 줘? 그냥 혼자 알아서 하는 거야?
[C]: 디자인 피드백은 팀에서 잘 주긴 해. 하지만 같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조금 더 디벨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상상이 안 가는 거야. 생각도 계속 갇히는 느낌이 들고. 팀이 너무 좋아서 계속 같이 가고 싶은데 디자이너로서는 정체되어 가는 느낌이야.
[B]: 나도 졸업 전에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혼자 4~5개월 정도 일을 했거든? [C]랑 비슷하게 그냥 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눌러앉았고 그러다 이건 아니다 해서 퇴사한 케이스야. 디자이너가 나밖에 없으니까 나도 계속 주변에 디자인 모르는 팀원들한테 물어보면서 했어. 근데 뭐 모르니까 잘한다고 해주지.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그냥 컨펌도 내가 해서 나가고. 그런 점이 되게 좋았어. 그때에 대해서 후회하진 않아. 오히려 그런 경험을 해봐서 ‘나는 졸업하고 취업하게 되면 사수가 있고, 나랑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회사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회사에 온 거고. 그래서 그런 경험을 해보는 건 중요한 것 같아.
[C]: 작년에 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협력하는 외부 디자이너한테 피드백 받은 적이 있었거든? 그때 디자이너 분이 주신 피드백이 너무 좋아서 ‘디자이너 동료가 정말 필요하구나’ 느꼈어. 그때는 외부자 입장에서 간단한 피드백만 주신 건데도 우리 팀원들이 못 보는 걸 딱 봐주셨거든.
[A, B, C, D]: 맞아맞아, 디자이너 동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해.
“디자이너에게는 동료가 필요해”
-2부에서 계속-
기획/편집 
김현중 북디자이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FDSC 편집부에서 활동 중이다.
노윤재 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한다. FDSC 편집부에서 활동 중이다.
책임편집. 최지영
편집. 김나영, 이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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