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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딱뚝딱 2] 계약서 작성의 첫 걸음: 함께 만들어가는 계약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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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SC ARTICLE
주제
법딱뚝딱
법딱뚝딱 웹진이란?
디자이너의 법적 갈등·분쟁 사연들과 서유경 변호사의 전문적인 조언이 담긴 기사 시리즈입니다.
1편 편법과 불법의 경계, 비교견적서 제출 관행 뜯어보기 바로가기
2편 계약서 작성의 첫 걸음: 함께 만들어가는 계약 과정
3편 체크리스트로 살펴보는 해외 계약 이모저모 바로가기

2편 계약서 잘 쓰기 편

계약서 작성의 첫 걸음: 함께 만들어가는 계약 과정

계약서에 날인을 하기도 전에 이미 일은 시작했는데, 클라이언트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과 계약 내용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그만 계약을 파기하게 된 디자이너 A씨. A씨는 지금까지 일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 클라이언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법딱뚝딱 웹진 2편에서는 디자인 작업의 막바지에 급하게 계약서를 준비하다가 후회하게 된 A씨의 사연을 살펴봅니다.
서유경 변호사가 설명하는 계약서 및 계약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그리고 계약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방법과 미리미리 계약서 작성을 준비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 들어봅니다.
A씨의 사연
디자이너 A씨는 친한 친구가 대표로 있는 패션업체 B사의 웹사이트를 제작하게 되었다. 친한 친구의 사업체인 데다가 매우 간단한 웹사이트라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A씨는 계약서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기꺼이 일을 시작했다. A씨는 빠른 시간 안에 웹사이트를 상당한 수준으로 완성했다.
그러나 몇 주 뒤, B사의 내부 사정으로 브랜드 런칭일이 미뤄지면서 덩달아 웹사이트의 기획이 변경되기 시작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재빨리 계약서를 준비해 웹사이트 제작 기간을 한 달로, B사 측으로부터의 수정 요청 가능 한도를 3회로 명시하여 B사에 전달했다. 그러나 B사의 담당자는 해당 기간 안에는 웹사이트 기획이 끝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고, 또한 수정 요청 가능 한도를 계약서에 명시하기보다는 수정 요청 가능 기간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계약서를 두고 옥신각신하던 A씨와 B사는 결국 웹사이트 제작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좋은 의도로 친구의 웹사이트를 제작해 주려던 프로젝트가 어그러져서 B씨는 마음이 불편했다. 처음부터 계약서를 철저하게 썼더라면 일이 이렇게 잘못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로가 만족하는 계약서를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서유경 변호사의 답변

종이에 새겨진 약속들, 계약서

디자이너 A씨의 사례를 살펴보면, 해당 사업에서 ‘편법인 듯 편법 아닌 편법 같은 불법’과 ‘불법인 듯 불법 아닌 불법 같은 편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인 업체의 일상적인 업무과정이 종종 불투명한 관행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편법과 불법의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설령 ‘이게 맞는 거야?’하고 의문이 들어도, 공공기관 등 발주기관이나 동료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이너 개인이 쉽사리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지요.
계약서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계약서의 유무에만 천착해서 계약을 하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계약서가 있어야만 계약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약속을 체결하는 과정 그 자체이자 그 결과를 말이나 글로 정한 것입니다. 즉, 계약서는 약속을 해나가는 과정과 그 약속에 대한 증거의 하나인 것입니다. 계약서가 있어야만 계약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후관계가 바뀐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한편으로는, 계약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만 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합의하기보다는 그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좋게 좋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하는 것도 계약을 맺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인식의 전환, 계약서 작성의 첫 걸음

A씨의 사연에서처럼 미리미리 계약서를 준비해두지 않으면, 일이 잘못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발등에 불 떨어진 듯’  화들짝 놀라고 전전긍긍 고민하게 됩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아니라 그야말로 무비유환(無備有患)이지요.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별도의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고통의 시간을 겪게 됩니다.
이런 부분은 먼저 디자이너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나요?”라고 디자이너에게 물어보면 “클라이언트가 계약서를 주지 않았어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가 계약서를 주지 않으면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요. 계약서는 클라이언트이든 디자이너이든 어느 쪽이든 먼저 작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식을 전환한 다음에야 계약서를 어떻게 잘 쓸 것인지 방법을 배우는 것이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매번 일을 시작할 때마다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게 번거로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이 되는 기본형 템플릿이 있으면 구체적인 내용만 약간씩 바꿔서 쓸 수 있죠. 또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쓸 수 있는 계약서 세트를 만들어두면 매우 든든할 겁니다. 디자이너 각자의 단가표나 계약서 템플릿 등은 사전에 작성해두고, 고객과 의사소통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사항들을 기록해두는 체계를 마련하고,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필요한 조항들을 명확하게 기재할 줄 알아야 잠재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일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약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즉 상대방과 어떤 과정을 통해 약속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방법과 계약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방법, 그리고 상대방에게 자신만의 단가표를 먼저 제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올 수 있게끔 작업 단가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약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것은 혼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과정을 관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계약서 작성의 미학: 신중함

계약서 작성 시에는 서두르는 것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상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계약서부터 쓰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작성된 계약서는 후에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업무 개시 전에 충분히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각자의 요구 사항을 명확히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다만 작업에 착수하기 이전에 핵심적인 사항들에 대한 합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A씨의 사례에서처럼, 작업 결정 이후에야 계약서 작성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A씨는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자마자 필요한 계약 조건에 대해 급히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계약서에 접근하면 협상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원만하게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을 대화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작업 결정 이전에 신중하게 계약서를 작성해두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견적과 제작 기간을 제안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라고 명확히 밝혀두면 계약의 기준을 설정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이렇게 함으로써, 계약 조건을 미리 검토하여 대비할 수 있으며, 협상 단계에서 합의 과정도 원활해집니다. A씨가 자신의 견적과 작업 방식을 먼저 제시했다면, 상대방이 요구하는 업무의 난이도와 기간에 맞추면서도 A씨의 기준에 따라 초기 협상을 훨씬 신중하게 시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략적 의사소통을 디자인하기

디자이너는 계약서 작성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과정에서도 계약 내용을 어떻게 조율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지 면밀히 체크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면서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하므로, 회의, 이메일, 전화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때, 의사소통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이 변경될 수 있는데, 계약서 수정을 깜빡하여 계약서가 구두 합의 내용을 미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유의하면서 적절한 의사소통 기록 방법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진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여 평상시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하고 백업을 한다든지, 클라이언트와의 정기적인 미팅을 예약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거나, 업무 일지를 작성하여 작업 상황이나 미팅의 상세한 내용을 기록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화에서 나온 주요 사항을 기록하는 개인적인 메모 방식(예: 텀 시트, term sheet)을 개발하는 것도 유용합니다. 계약서 작성을 위해서는 회의와 대화를 효과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회의록 작성, 이메일 정리, 핵심 사안에 대한 의견 교환 등이 쌓이고 모여 양 당사자가 모두 만족하는 계약서 작성의 기초가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계약서 외에도 중요한 정보나 변경사항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와의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록 방법을 추천합니다.
계약의 합의과정을 기록하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 활용

이메일, 메신저, 프로젝트 관리 도구 등을 활용하여 모든 의사소통을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면 대화 기록을 저장하고 쉽게 검색할 수 있어, 필요할 때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회의록 작성 및 공유

미팅이나 전화 통화 후에는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클라이언트와 공유합니다. 회의록에는 논의된 내용, 결정사항, 후속 조치 등을 포함하여 모든 중요한 사항을 명확하게 기록합니다.

작업 일지 작성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변경사항,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을 정리하는 작업 일지를 꾸준히 작성합니다. 이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정사항 확인 이메일

중요한 결정이나 변경사항은 이메일로 명시적으로 확인합니다. 구두로 합의된 사항도 서면으로 기록하여 양측의 이해와 동의를 명확히 합니다.

정기적인 상태 공유

주기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프로젝트의 상태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변경사항 추적

위의 기록 방식들을 관리하며 프로젝트 중 발생하는 모든 변경사항을 기록하고 이를 클라이언트에게 정기적으로 알립니다. 이를 통해 서로 간의 오해를 줄이고, 계약 내용의 수정 필요성을 시기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문서 저장 및 백업

모든 의사소통 기록과 문서는 안전하게 저장하고 주기적으로 백업을 합니다. 이는 정보의 손실을 방지하고, 필요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계약서보다 간단한 의향서와 양해각서

만약 계약서 작성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의향서(Intention Letter)나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와 같은 다른 유형의 문서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의향서의 경우 LOI(Letter of Intention)라고도 하는데, 특정 계약을 협상하기에 앞서 계약의 초기 단계에서 어느 일방 당사자의 의사를 표명하고 정리, 조정하는 용도의 문서입니다.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과정상의 문서이므로 계약서와 비슷한 목적을 갖지만 일반적으로 더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양해각서는 흔히 MOU라고도 부릅니다. 의향서와 비슷하게 사전 합의 사항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작성하기도 하고, 계약서에 쓰인 것 이외의 합의사항을 정리하기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의향서이든 양해각서이든, 중요한 것은 계약서를 쓰기 전이나 쓰는 과정에서 양 당사자간의 의사표현 및 합의과정을 다양한 형태의 문서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이 부담스럽거나 어렵게 느껴진다면 의향서나 양해각서 등 상대적으로 간소한, 계약의 중간과정상의 문서 작성 또한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디자이너가 의향서나 양해각서를 작성할 때 고려할 사항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의향서 작성하기

명확한 의사표현

의향서는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에 대한 관심이나 의사를 표현합니다. 이 문서에서는 해당 업무나 프로젝트의 목적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기술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여, 읽는 이가 의향서의 목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프로젝트의 기본 조건 명시

의향서에는 작업의 기본 조건, 예상 기간, 대략적인 비용, 주요 업무 내용 등을 명시합니다. 이는 구체적인 계약 협상 전의 초기 단계 수준으로도 충분하며, 상세한 조건은 나중에 확정됩니다.

유연성 유지

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보다 유연하며, 양측이 협상을 통해 조건을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의향서 작성하기

합의한 내용 기술

양해각서에는 양측이 도달한 합의의 기본적인 사항을 기록합니다. 이 내용에는 프로젝트의 범위, 양측이 합의한 작업 일정, 조건 등이 포함됩니다. 양해각서는 법적인 계약서보다 비공식적이지만, 사용하는 언어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일정 및 조건 설정

양측이 합의한 기본사항 외에도 계약서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실무적으로 중요한 기타 요소들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의무와 권리 설명

각 당사자의 의무와 권리를 명확히 설명하여, 양측의 기대치를 명확히 합니다.

유의사항 추가

양해각서가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명시하거나, 필요한 경우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의향서나 양해각서는 계약서는 아니지만 계약과정에서 작성하게 되는 문서의 일종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심리적 부담을 낮춰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서를 작성할 때는 항상 정확하고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가능한 한 모든 중요한 사항을 포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간소한 문서들을 작성하고 교환하는 것부터가 협상의 시작점이며, 향후 법적 계약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디자인 가격기준 미리 세우기

앞서 1편 기사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공공기관을 기준으로 디자인 업무 대가 기준표가 만들어져 있고, 이것이 업계에서 통용되는 디자인 단가표처럼 작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제안한 디자인 작업 단가 금액을 모두가 마땅히 따라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공공기관의 단가 기준표의 금액이 왜 그렇게 정해졌냐고 물어보면, 누군가에게 타당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요? 공공기관에 물어보더라도 “원래 그렇게 해와서… ^^;”라는 정도의 답변을 구할 수 있을 뿐이지 않을까요?
즉, 이 금액은 ‘원래부터 그렇게 정해진’ 조건이 아니란 뜻입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금액을 지불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거나, 법령상 기준 한도 내 금액으로 추정한 금액인 겁니다. 이때, 법령상 금액은 공적 기준인 것이지 시장 기준이 아니란 점 또한 감안해야 합니다. 최저가 입찰경쟁에 따르거나 법령상 상한선을 맞춘 것이기에 공공기관이 마련한 대가기준표의 가격은 시장가격보다 낮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므로 이러한 공공기관의 기준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가격 테이블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만의 기준이 먼저 있어야 다른 사람 기준도 비로소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단가표, 즉 견적서를 마련할 때, 그저 ‘아는 선배네 스튜디오에서 그 가격으로 하더라’라고 하면서 ‘나도 그 정도 가격으로 할까? 아니면 좀 더 낮게 잡을까?’ 하는 식으로 기준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는 선배’가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 단가 기준을 잡은 것인지는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는 선배의 일’과 ‘나의 일’이 반드시 똑같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의 범위나 내용이 다르면 다른 방식으로 가격 테이블을 산정하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따라서 가격 기준을 잡는 출발점은 ‘나의 일에 대한 관찰과 분석’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견적서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수행하는 디자인 업무의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나의 일을 잘 분석해 보세요. 업무의 성격이나 난이도를 살펴 가격을 책정하되, 일정, 규격, 제작 기간 등에 따라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 범위를 설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기본적인 가격표를 만들어두면, 향후 비슷한 업무를 맡게 될 때 효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격표를 만들 때는 비용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가격을 책정해야 합니다. 비용에는 디자인 업무에 필요한 자원, 재료, 도구를 구입하는 등의 지출이 포함되며, 이 비용들을 고려하여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적정한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가격을 설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격표를 만들 때는 시장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디자인대가기준종합정보시스템과 같은 디자인 단가표가 통용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여 가격을 설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경쟁 업체의 가격이나 일반적인 고객의 예산 규모를 고려하여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공공기관의 기준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가격 테이블을 만들 때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만의 견적서 마련하기

나의 업무 성격 파악하기

자신이 수행하는 디자인 업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단가표를 마련합니다. 업무 성격, 난이도, 일정, 규격, 제작 기간의 범위에 따라 업무를 정렬하여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격 범위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비용 고려하기

디자인 업무에 필요한 자원, 재료, 도구 등에 필요한 지출을 미리 계산하고, 이것들을 고려했을 때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이익을 남길 수 있게 가격을 설정합니다.

시장 상황 고려하기

업계에 통용되고 있는 대가기준표나 경쟁 업체의 가격, 고객의 예산 범위 등을 고려하여 가격을 조정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계약 과정

계약이란 작업 시작 직전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바를 합의하기 위한 쌍방의 의사소통 과정과 그 결과의 종합입니다. 계약서는 그러한 약속의 증거이고요. 계약을 진행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즉 상대방과 어떤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약속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안다는 것이고, 계약의 과정이란 의사소통의 과정을 기록하면서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찾아나가는 과정입니다. 한 장의 계약서에 모든 내용을 포함해서 작성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의향서를 먼저 작성하거나 양해각서 등을 준비하면서 합의를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만족하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가격표, 즉 견적서를 먼저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글이 계약의 과정을 이해하고 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다양한 제안들을 실천한다면,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끔 합의점을 찾아가는 계약의 묘미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서유경 변호사
예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변호사 겸 변리사.
예술과 기술 그리고 기업과 관련된 법률문제를 연구하며, 광화문에서 법률사무소 아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르테코 리걸에서 아트, 콘텐츠, 디자인, 테크, 컴퍼니, 에코 분야의 리걸 인터뷰등의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팀 법딱뚝딱
기획·운영: 김소미 · 안지경 · 우유니 · 위예진 · 정유미 · 함경주
웹진 편집: 위예진
웹진 관리: 우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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